기계가 고장 나면 집 안은 정지 상태가 됐다.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의 생활 중심엔 항상 `아버지의 공구함`이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다니며 드라이버와 테이프를 건네주던 아이였고, 고장 난 선풍기와 조명 등을 고치며 `봐, 이렇게 다시 살아나잖아`라고 웃는 아버지를 통해 기술의 힘을 경험했다. 처음으로 전기와 전자에 흥미를 가진 것도 그때였다.
고등학교에서 전기전자과를 진학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교과서보다 실습장을 더 좋아했고,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을 즐겼다. 당시 나를 가장 몰입하게 만든 수업은 배선공사 실습이었고, 한국전기기술인협회의 기능대회 준비 중 누전 차단기의 미세한 접촉불량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냈을 때, 나는 기술인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대학교 진학 이후에도 전공심화를 이어갔다. 특히 전기설비와 관련한 과목은 반드시 개념과 실제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공부했고, 실험 수업마다 스스로 오류를 찾아내는 습관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