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제게 꽤 충격적인 책이었어요. 사실 처음엔 제목부터 좀 거부감이 들었죠.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떤 부정적인 느낌? 마치 인간의 이기심을 정당화하는 책인 것처럼 보였거든요. 하지만 책을 깊이 파고들수록, 도킨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단순한 이기심의 찬양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생명 현상을 바라보고, 우리가 얼마나 유전자의 복제라는 숙명에 얽매여 있는지를 설명하려고 했던 거죠. 그 과정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개체`라는 개념 자체를 뒤흔들어 놓았고요. 저는 특히, 그가 제시한 `밈`이라는 개념에 흥미를 느꼈어요. 문화적 전달 단위, 즉 `모방`을 통해 전파되는 정보 단위라고 할 수 있겠죠. 음악, 패션, 종교, 심지어 정치적 신념까지도 밈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
저는 개인적으로 유전자의 `영생`이라는 개념에 흥미를 느꼈어요. 우리 몸은 결국 죽지만, 우리 유전자는 자손을 통해 이어진다는 거잖아요. 물론, 유전자 자체가 불멸의 존재인 건 아니죠.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자연선택에 의해 도태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유전자의 일부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또 그 다음 세대로 전달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영생`을 누리는 셈이죠. 그걸 생각하면 좀 소름 돋기도 하고… 뭔가 SF영화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마치 우리 몸은 유전자의 그릇이고, 유전자는 그 그릇을 이용해서 영원히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도킨스는 우리 인간을 `생존 기계`라고 표현했어요. 다소 냉정하고 기계적인 표현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실이기도 하죠.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고, 번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암울한 결정론에 빠지는 건 아니에요. 인간의 의식과 문화, 특히 도킨스가 강조한 `밈`의 존재는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반박이자 인간 고유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 작품을 생각해봤어요. 예술 작품들은 단순히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게 아니잖아요. 예술가의 창의성, 상상력, 그리고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지는 거죠. 이는 유전자의 영향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발휘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도킨스는 `밈`을 통해 문화의 진화를 설명하려고 시도했습니다. 밈은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복제되고, 변이되고, 선택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해나간다는 거죠. 예를 들어, 어떤 특정한 종교적 신념이 세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전파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혹은 특정한 유행어가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어떤 음악 장르가 어떻게 대중화되는지 등도 밈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겠죠. 저는 최근에 틱톡에서 유행하는 춤들을 보면서 밈의 전파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몇몇 춤들이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는 걸 보면 정말 놀랍죠. 그런 밈들의 전파 과정을 분석해보면 밈의 진화 과정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타심을 설명하는 부분이에요. 우리는 흔히 이타적인 행동을 선행이나 도덕적인 행위로 생각하지만, 도킨스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타적인 행동도 결국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전략일 수 있다고 주장해요. 예를 들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행동은 자신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을 돕는 행위이고,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더 효율적으로 전파하는 전략이 될 수 있죠. 물론, 이런 설명이 인간의 이타심을 모두 유전자의 이기심으로 환원하는 것은 아니에요. 인간의 이타심에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관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도킨스의 주장은 우리가 이타심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계기가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기적 유전자”는 단순히 유전자의 이기심을 주장하는 책이 아니라, 유전자, 밈, 그리고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명과 문화의 진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 책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킨스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독창적인 관점은 제 사고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더욱 친절해지고 배려하는 사람이 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책이었네요. 😊